리코더의 세번째 옥타브 음역

2014.08.08 01:47

나모리코더 조회 수:6189


  일반적으로 오늘날 사용되는 바로크 리코더의 음역은 알토를 기준으로 f'에서 g'''까지 2옥타브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크 시대의 작품들도 대부분 그 정도의 음역을 요구하고 있지만 f'''나 ,g'''가 나타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새로이 창작되고 있는 작품에서는 그 보다 더 높은 음역을 요구하는데, 리코더의 세번째 옥타브의 음역들을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 그보다는 필자가 알고 있는 바로는 - g'''를 한 옥타브나 넘어서 g#''''까지 알토리코더로 낼 수 있다.(Walter van Hauwe의 '현대 리코더기법'이라는 책을 참고; 이 책에서는 각 음마다 여러가지 운지를 소개하고 있다. 소개된 최고음 g#''''의 운지는 두 가지인데, 엄지와 1,3번 구멍을 반정도 막고 억세게 불거나 엄지를 열고 1,3번을 막고 또 세게 불면서 4번 손가락으로 조절해 준다. ) 이쯤되면 리코더의 음역이 좁다는 말은 일단 수정이 되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리코더의 세번째 옥타브에 대한 발견이 과연 새로운 것인가? 일단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동안 연구된 바에 따르면, 이미 바로크 시대에도 리코더의 세번째 옥타브에 대한 시도가 보이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예로는 텔레만의 리코더 소나타 F장조에 나타나는 c''''를 들 수 있다. 

  우선 18세기 중반까지의 자료들 중 잘 알려진 운지법에 대한 것을 살펴보면, 오테테어(H. M. Hotteterre)는 f'에서 g'''까지 f#'''제외한 운지법을 제시하고 있다. 토마스 스탠스비(Th. Stansby)는 테너 리코더의 운지에서 알토의 f#'''에 해당하는 운지법을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마이어(Josepg Friedrich Berhard Caspar Majer)는 1732년에(Museum Musicum Theoretico Practicum) g'''를 넘어서 b''''의 운지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또 저자 미상으로 알려진 'Schaale voor de Bekfluit(1750년 이후)'에서는 놀랍게도 f'에서 bb''''까지 소개하였다. 
  바로크의 리코더 작품에서 실제로 g'''를 넘어서는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 잘 알려진 대로 텔레만의 작품에서만 여러번 등장하는데, 텔레만은 리코더의 성능을 잘 이해했으며 실제로 리코더를 불었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소나타 F장조(충실한 음악가 중)의 3악장에서 c''''가 한 번 나오는데, 이 음에대한 다른 선택으로 직접 한 옥타브 아래의 음을 기보했다. 아마도 c''''에 대한 경험이 없는 연주자를 위한 배려로 여겨진다. 또 다른 작품으로 리코더 협주곡 F장조를 들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c''''뿐만 아니라 g#''', a''' 등도 나타난다. 이 작품을 연주할 때, 연주자들은 이 음이 속한 악구들을 한 옥타브 내려서 연주하기도 하지만 높은 음을 연주한 것도 음반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 

  바로크 리코더의 음역을 g'''까지 한정하는 것은 옳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리코더을 잘 이해하고 있던 텔레만 작품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그 이상의 음을 실제로 연주자들이 연구하고 있었으며, 당시의 연주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작곡가들이 이에 상응하는 작품을 남기지 못하였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18세기 후반부터 트라베르소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쇠퇴의 길로 접어든 리코더는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대로 실험해 보지도 못하고 잊혀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