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요즘 국악계에서는 옥류금이나 장새납, 대피리 같은 북한의 개량 악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연주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입이 어려워서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울러 북한 작곡가들의 작곡한 한국적 정서가 바탕이 된 창작곡도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 ‘출강’, ‘황금산의 백도라지’, ‘들판에서’, ‘초소의 봄’ 같은 곡이 대표적입니다. 북한의 혁명 가극에서 발췌한 곡들도 제목이 모호하면 - 받아들일만 하면 연주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 내서 북의 개량악기와 북한의 창작 국악곡에 대한 소개도 하겠습니다. 먼저 좀 조심스럽지만, 북한에서 인기 있는 노래 한 곡을 소개합니다.
‘눈이 내린다’는 1967년에 북한의 국립가무단이 창작한 군무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1965년에 작곡된 노래를 오케스트라와 합창으로 확장하여 연주하고 그에 맞춰 군무를 추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원래의 노랫말과 제가 새로 지은 노랫말 소개해 하고 유튜브에서 첼로 연주와 옥류금 연주를 링크합니다. 군무가 궁금한 분들은 따로 검색해서 보며 들으시길. 노래는 3절로 되어있습니다. 악보도 붙입니다.


<눈이 내린다> 김재화 작사, 리면상 작곡, 1965년

눈이 내린다, 흰눈이 내린다.
OO산 이야기로 이 밤도 깊어 가는데
불 밝은 창문가에 흰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흰눈이 내린다.
밀림의 기나긴 밤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함박눈 송이송이 고요히 내린다.

눈이 내린다, 흰눈이 내린다.
이 나라 OO산들의 그 념원 꽃핀 강산에
이 밤이 지새도록 흰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새 노랫말 : 이성실


눈이 내린다, 흰 눈이 내린다.
고요한 바다와 같이 추억이 일렁이는데
등불은 흰 눈에 어려 꿈속을 비춘다.

눈이 내린다, 흰 눈이 내린다.
슬픔을 가슴에 품고 나무에 고이 쌓이니
가지가 꺾이는 소리 마음을 흔든다.

눈이 내린다, 흰 눈이 내린다.
물결이 꿈속에 들어 생각이 여울져 돌고
흰 눈은 분분히 내려 마음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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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금을 연주하는 김계옥 씨는 연변 출신의 연주자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변 출신으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옥류금 연주자 김계화의 연주


북한의 첼리스트 강세혁(평양음대교수, 인민예술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재인용, 이성실


  전에 올린 이 글을 살펴보다가, 노래 악보를 끼워 넣었습니다. 김계옥 씨가 연주하는 옥류금 연주는 '눈이 내린다' 주제에 따른 변주곡입니다. 1970년 대에 옥류금이 완성되고 옥류금 곡이 필요할 때 작곡가 문경옥(1920-1979)과 북한의 옥류금 연주자 김길화가 협력하여 작곡했다고 합니다. 김길화는 1990년 대 초 남북 음악  교류 때 남한에 와서 옥류금으로 도라지 변주곡을 연주해서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옥류금 김길화'를 검색하면 연주 영상이 있습니다. 작곡가 문경옥은 평양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였고 모스크바로 유학하여 작곡을 공부했습니다. 시인 백석과 잠시 결혼한 적이 있습니다. 

  사족 같지만, 제가 백석의 시와 시어 해석집 '백석의 시와 말과 뜻'이란 책을 탈고하여 곧 출간할 예정인데, 백석을 연구하면서 문경옥을 알게 되었고 문경옥이 옥류금 연주곡을 작곡하고 김길화가 연주했고 그 곡을 90년대 초에 처음 듣도 악기의 매력을 잊지 못하던 것들이 잔잔히 떠오릅니다. 이에 대해서도 따로 글을 써 보고 싶네요.

  '눈이 내린다'란 곡을 알게 된 때가 어느 해 겨울이었는데, 그 해 겨울에 어느 시골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그 때 눈이 몹시 내렸는데, 늦은 겨울에 내리는 눈은 무거워 잎이 많은 가지에 앉으면 가지가 부러진다고 합니다. 그러며 눈이 내리는 고요한 밤에 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가슴 아프게 울린다고 합니다. '눈이 내린다'의 애상적인 정서가 마음에 와 닿았지만 노랫말이 너무 제가 머물던 곳에 어울리지 않아서 다시 지어 불러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