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대상, 집착에서 벗어남

2016.12.03 01:06

이성실 조회 수:6248

   우주, 대상, 사물의 본성은 사람에게 각기 다른 뜻을 전하고 사람 또한 우주, 대상, 사물과 맺는 관계의 양상이 다르다. 따라서 대상과 사람이 맺는 관계를 통해 얻거나 도달하거나 형성하는 터득과 체득은 서로 매우 다르다. 모든 것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갖는 것이다.

   나와 대상은 관계로 맺어지는 것이고, 그러면 경계가 생긴다. 경계는 대상 밖에서 생기는 것인데, 대상이 나와 경계를 맺고 난 뒤에는 대상은 다시 적막 속으로, 원래 있던 고요 속으로 돌아가 사물로 존재한다. 여기서 사물이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대상들, 물건과 정신을 모두 포함한다.(劉禹錫;772년 ~ 842년. 중국 당나라의 시인 ; 경계는 대상 밖에서 생긴다.境生於象外)

   작가의 마음과 뜻이 모두 전해지고 나면 시는 문자라는 대상에서 떠나 사물이 되는 것이고 다시 문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사물을 의도를 가지고 바라볼 때, 응시할 때 대상이 되는 것이다. 글자는 사물이다. 그 글자를 시로 인식할 때 라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시라는 대상을 응시하고 관조하여 시에 담긴 의미, 뜻을 알고 마음에 받아들이면, ‘라는 본질은 마음으로 옮기고 글자라는 사물만 남든 것이니, 그 남아 있는 것은 껍질 혹은 겉이라고 할 것이다. 의미와 뜻이라는 알맹이가 떠났기 때문에 껍질, 겉인 것은 아니고 오로지 마음과 뜻을 얻는 인식주체에게만 그렇게 되는 것이고 원래의 그 사물은 던 것(損之) 없이 그대로인 것이다. 마음과 뜻을 옮긴 던것에는 더 이상 마음을 줄 필요가 없다. 글자에 더 이상 미련이나 주의를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마음과 뜻을 내가 얻고 난 것에 욕심을 내고 소유하는 것은 집착이라할 수 있다. 던져버려야 한다. 좋은 시나 좋은 음악이나 좋은 연주 능력, 좋은 그림을 많은 사람의 깨달음을 위해 기꺼이 넘겨 주는 것은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모두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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