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인가 '바흐'인가

2014.08.05 02:25

Namorecorder 조회 수:3052

  Johann Sebastian Bach에 대한 표기가 '바하'와 '바흐'로 혼용되고 있다. 독일어를 조금 공부한 사람들은 '바흐'를 고집하고 Bach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은 '바하'를 고집한다.
  독일어 발음에서 'ch[x]'는 '흐'에 가깝지만 우리말의 '흐'와 다르게 목젖을 울리며 강하게 발음한다. 그리고 이 발음은 a, o, u, au 다음에서 나오고 e, i 다음에서는 '히'로 발음된다. 그런데, 왕년에 독어학회에서 제시했던 'ch[x]'표준 발음은 조금 복잡했다. a다음에서는 하, o다음에서는 호, u다음에서는 후로 표기했던 것이다. '흐'가 앞의 발음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Bach는 바하, 독일인은 아니지만 Gogh는 고호, 독일의 시인 Huch는 후후로 표기했다. 그러다가 1986년에 외래어 표기법이 개정되면서 독일어의 'ch[x]'는 단순해져서 모두 '흐'로 표기되었다. 이제 Bach는 바하에서 바흐로 되었고 덩달아 오펜바하도 오펜바흐로 바뀌게 되었다. 고호도 고흐로 바뀌었지만 독문학을 한 사람도 잘 모르는 후후는 그냥 잊혀졌다.
  나는 아직도 바하로 쓰고 싶다. 바하로 쓰는 것에도 음운학적이고 정당했던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듯 일본어의 영향은 결코 아니다.
  독일인들을 붙잡고 바하가 맞는지 바흐가 맞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한국식으로 바하와 바흐로 발음을 하면 바흐가 비슷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그러나 '바하'를 발음하면서 강세는 '바'에 주고 목을 울려'하'를 발음하면 바하가 정확하다고 말한다. 다시 정리하면 '하'든 '흐'든 목젖을 울리지 않고 발음하면 모두 독일어 발음에서 거리가 있다. 
  어쨌든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고 Bach를 '바흐'로 표기하는 것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니니 나도 정든 바하를 버리고 바흐를 쓸 수 밖에 없다. 이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바하 대신 바흐가 등재되어 있으므로. 그러나 바하가 잘못되었고 바흐가 정확한 표기라는 말에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 


/이/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