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세계

2014.08.05 02:31

Namorecorder 조회 수:1792

소리와 세계

  우리가 사는 세계는 무한하다. 너무도 광대하고 너무도 미세하여 우리의 감각과 이성으로는 그 모두를 알 수 없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감각의 경험을 통하여 현상 세계를 우리의 내부로 끌어들인다. 다채로운 빛과 무수한 울림, 갖가지 맛과 허다한 냄새, 차갑고 뜨거우며 거칠고 부드러움. 현상 세계는 이렇게 우리의 인식 속에 자리한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우리의 내부로 끌어들이기에 우리의 인식이 너무도 불완전하다. 그 세계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역동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은 자연계에 가득한 무수한 울림들이다. 나뭇잎이 어찌 소리 없이 떨어질 수 있으며 물결이 어찌 침묵으로 흐를 수 있는가. 고요히 하늘을 지나는 별무리들에게서조차 마음으로 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보이는 이미지에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늘 들리는 것을 통해서만 그 의미를 얻는다. 눈은 무한한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다. 그러나 귀를 열지 않고 그 세계를 다시 우리의 내부로 이끈다면 이는  허망하고 덧없는 세상이 되고 만다. 귀는 마음으로 통한 문이다. 그 문이 닫히면 의심과 초조, 고독과 절망만이 남는다. 그래서 보지 못하는 이는 귀를 통해 무한한 삶의 세계를 얻어 평정과 고요를 찾지만, 듣지 못하는 이는 무한한 형상세계 속에서 고독과 절망을 느낀다.
  우리는 늘 현상 세계를 향해 눈을 뜨며 그 세계는 우리의 내부로 다가 온다. 그러나 우리는 현상 세계에 존재하는 소리를 향해 귀를 기울이며 우리의 마음을 다시금 외부 세계로 돌린다. 소리는 외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창문이다. 우리는 그 창문을 열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이/성/실/ 199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