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질구질하게 살다보니, 내 주변도 구질구질하다. 요즘 우리나라엔 구질구질 삶을 벗어난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남들 구질구질하게 사는 것에 관심이 많기도 하다. 그래서 구질구질한 동네 찾아 구경다니는 것도 유행이 된듯하다. 구질구질한 동네도 구질함을 벽화로 가려두면 그걸 찾아 구경다니는 통에 그 구질구질한 동네에 세 사는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지고 쫒기듯 떠나게 된다. 집 가진 사람들 중엔 덕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 붐이 일면서, 여기서도 구질구질한 삶을 구경다니는 유행이 생겼나보다. 네팔, 인디아,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등 오지만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말이 오지지 결국은 그들의 구질거림을 구경다니는 것이다. 구질거리는 삶과 인간다운 것, 인간적인 것은 정말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가 음악을 하다보니,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가서 그곳의 불행한 아이들에서 악기를 가르쳐 보라는 구체적인 제안도 있었고 코이카의 지원으로 파견나가는 사람들에게 단기간에 악기 교육을 해달라는 주변 이야기도 들었다. 악기가 하루 이틀(정말로 하루나 이틀)로 가능하다는 생각이면 차라리 그 나라 말을 사나흘에 떼고 그 나라 아이들에게 그나라 문학을 가르키는 것은 어떨지.
  그보다는 왜 한국인이 한국음악도 아니고, 서양음악에 관심도 없는 나라에 가서 서양음악을 가르켜야 되는 것일까. 코이카 사람들이나 해외선교자들은 참으로 오만하고 무례하며 무지하기도 하다. 못사는 남의 나라에 가서 교육으로 포장된 미끼를 던져 구질구질한 삶에 간섭하며 우월감과 정서적 만족을 동시에 얻는 것인가?(내가 결코 그들의 불행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도 거기 가서 거기 아이들이 그들의 문학과 그들의 음악을 공부하는데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역사적 비극으로 인해서, 서양음악이 전통음악을 완전히 제압하고 있다.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못사는 나라에 갔다하더라도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도와줄 방법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그런 나라의 악기는 값도 싸고 레슨비도 싸다. 그 나라 악기를 아이들에게 구해주고 그 나라 레슨 선생을 모셔다가 가르치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런 재밌는 일은, 그 나라 전문가를 따돌리고 무지와 오만에 쩌든 자신이 직접 해야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