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개인의 작품

  예술가(작곡가, 연주자, 시인, 화가 등)들이 만들어낸 창작작품은 작가의 의도와 뜻과 마음을 담은 것이지만, 작가의 손을 떠나 대상이 된 것, 즉 세상에 돌려진 것은 작가의 의도가 세상의 인식과 작용하여 작가의 의도가 변용된 새로운 대상이 된다. 작가는 세상에서 과거(전통, 관행, 관습 등)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작품을 써낼 수 없고 과거의 틀 안에서 작품을 쓰기 때문에 작가의 창작품은 작가의 창조적 정신을 통해 나타난 것일 뿐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작가를 통해 나온 과거(관습)의 총화, 총체, 대상은 작가와 관습의 결합인 것이며 관습은 작가가 좌지우지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하기는 어려운, 심지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손을 떠난 것은 관습의 영향으로 작가의 의도나 원래의 뜻과 사뭇 다른 작품이 되는 것이면 관습에 대한 해석과 생각, 인식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와 감상, 판단도 달라진다.
  이렇게 시대와 상황, 시간, 개인의 습성에 따라 달라지는 관습은 특정한 시대와 상황, 사회에서 제대로 또는 온전히 파악하기는 어렵고 또 늘 달라지는 것이다. 개인의 영역 또한 그러하다. 개인의 내면을 다른 사람이 온전히 이해하고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둘의 결합은 더욱더 복잡하고 미묘하게 만든다. 개인의 창작품의 상당부분은 관습이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해석할 때 그 뜻과 정성이 온전히 전달되기는 어렵고 개인의 깨달음과 수양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작품이란 대상이 되어 전해진 것을 깨달음과 수양(체득과 터득)으로 접하여 그 뜻을 옮기면, 그 대상은 껍데기가 되어 남고 내용(뜻)은 내게 옮겨진다. 껍데기라고 해서 불필요한 것이 아니고 외면의 틀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