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고유어 수사에 대하여

2016.11.29 02:05

이성실 조회 수:12821

한국어의 고유어 수사에 대하여 / 이성실


 

1. 들어가는 말

 

한국에서는 다양한 수사가 구어와 문어 그리고 문자에서 쓰인다. 구어에서는 고유어 수사가 많이 쓰이지만 한자어 수사도 함께 쓰이고 문어에서는 한자어 수사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며 한자어 수사는 아라비어 숫자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다.

수사는 외래 언어의 영향으로 인해 교체되기 어려운 기초 어휘의 대표적 목록으로 잡고 언어 비교를 위한 기본 어휘의 목록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나라 고유어 수사는 주변의 연관 언어들과 공통점을 갖지 않는데, 알타어 계통의 언어들에서는 수사에서 공통점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는 고유어 수사만을 다룬다. 순수한 기수사나 서수사 뿐 아니라 셈과 유사한 단어들과 고증에 논란이 있는 고어까지 훑어보고, 15세기 이후 확인된 고유어 수사를 통해 그 전 시대의 수사를 재구해 본다.

 

 

2. 본문

 

2.1. 현대 표준어의 기수사

 

(1) . 하나, 둘 셋, ,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 열하나, 열둘, 열셋, , 열아홉, 스물

. , 스물, 서른, 마흔, , 예순, 일흔, 여든, 아흔,

. 백 하나, 백 스물 셋, 이백 서른 넷,

. , , , , ,

 

현대 기수사는 지역과 언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발음되는 데, 그 발음을 살펴보는 것도 기수사의 옛 형태에 접근해 나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2) , /두울, /서이/스이, /너이/느이, /다슷/, /여여슷, 일급/일굽/닐급/닐굽,

여듭/여덜, 아흡/아웁

고유어 기수사 ’, ‘은 소실되어 고어로만 전해 온다. ‘보다 큰 수는 원래 없었거나 주변 언어에 빌려 쓰던 것을 이른 시기에 한자어로 대체했을 수도 있다.

고유어 수사는 작은 단위에서는 구어에서는 매우 활발히 사용되지만 문어에서는 한자어가 더 많이 사용된다.

 

2.2. 중세 국어의 문헌을 통한 고찰

 

하나 <기본형> ‘ᄒᆞ나’, <관형형> ‘ᄒᆞᆫ

弟子 ᄒᆞ나ᄒᆞᆯ 주어시든 말 드러 이ᄅᆞᅀᆞᄫᅡ지ᅌᅵ다 (釋譜詳節 6:22)

노릇하던 그 놈들히 노의여 ᄒᆞ나토 귀수ᄒᆞ리 업서 (老乞大:50a)

ᄒᆞᆫ나: (漢淸文鑑 4:25)

<차자표기>

一曰河屯 (鷄林類事)

一等隱 (三國遺事; 祭亡妹歌)

 

하나는 모음과 결합할 경우에는 말음이 나타난다. 혼철 형태로 ᄒᆞᆫ나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기본형을 ᄒᆞ나로 설정할 수 있다. 현대어에서는 하나토 몬하다’(경남방언)와 같이 일부 방언에서 말음이 실현된다.

<기본형> ‘/’, <관형형> ‘

七淨은 ᄒᆞ나ᄒᆞᆫ 戒淨이로 둘흔 心淨이오(永嘉集序 9)

반ᄃᆞ기 둘콤 ᄂᆞ놋다(杜詩諺解 8:68)

뎌 둘토 오리라(老乞大諺解 上:60a)

 

여러 문헌에서 말음을 가진 로 나타나고 관형형은 로 나타난다. 그런데 날짜를 나타내는 말 이틀과 해를 나타내는 말 이태등에서는 의 형태를 찾을 수 없다. ‘이틀이태에서 을 분리해 낼 수 있고, ‘이듭’(마소의 두 살, 두습), ‘이듬’(논밭을 두 번째 매거나 가는 일), ‘이듬해등에서 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과 함께 유의어 관계에 있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기본형> ‘/’, <관형형> ‘, ,

은 세히오 (月印釋譜 1:15)

이ᄂᆞᆫ ᄒᆞ나ᄒᆞ로 세ᄒᆞᆯ 니ᄅᆞ고 세흐로 아로ᄇᆞᆯ 니ᄅᆞ니 (永嘉集下:14)

너휘 셋 듕에 이 늘그니 ᄒᆞ야 보게 ᄒᆞ라 (老乞大: 31a)

완ᄇᆡᄂᆞᆫ 셋만 ᄒᆞ고 네흘 아니ᄒᆞᄂᆞ니 (譯語上:59b)

<기본형> ‘/’, <관형형> ‘, ,

ᄅᆞᆯ 네헤 ᄂᆞ호아 ᄒᆞ나히니 (楞嚴經諺解 6:17)

네ᄒᆞᆫ 上慢ᄋᆞᆯ 警戒호미오 (永嘉集下:9)

사ᄅᆞ 네헤 每人에 집 갑 블 갑시 열 닷 돈이니 (老乞大上:20a)

 

은 초기 문헌에서는 말음이 있는 로 나타나고 15, 16세기 문헌에는 셋도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의 고어형은 또는 으로 잡을 수 있는데, 단독으로 쓰일 경우 으로 표기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말음을 갖는 명사가 단독으로 쓰일 때 말음 으로 어휘화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좀 더 고려해 봐야한다.

의 경우와 변화 과정이 같고 기본형이나 관형형에서도 은 대응쌍을 보인다. ‘15세기 이전 형태는 */’, ‘*/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결합하여 서넛’, ‘서너로 쓰일 때는 여전히 고어형이 현대어에 그대로 나타나지만, 수량의 단위 앞에 나타나는 /이나 /이 현대어에서는 로 바뀌어 가고 있다.

 

다섯 <기본형> ‘다ᄉᆞᆺ’, <관형형> ‘

다ᄉᆞᆺ오:(訓蒙字會下33)

알핏 다ᄉᆞᄉᆞᆫ (楞嚴經諺解 3:63)

여슷 을 ᄆᆡᆼ그라 다스슬 ᄡᅳ라 (家禮 5:32b)

다ᄉᆞᆮ 거시 ᄀᆞᄌᆞᆫ 후에아 (警民重:33a)

 

여섯 <기본형> ‘여ᄉᆞᆺ’, <관형형> ‘/

六韜ᄂᆞᆫ 여슷 길히라 (月印釋譜序 4)

겨러ᄅᆞᆯ 여ᄉᆞᆮ ᄒᆡᄅᆞᆯ ᄒᆞ고 (東國新續三綱行實圖孝 1:37b)

여슫 설 머근 아ᄒᆞᄅᆞᆯ 업고 물에 ᄲᅡ뎌 주그니라 (東國新續三綱行實圖烈 5:82b)

여슷륙:(訓蒙字會下:33)

 

<차자표기>

五曰打戌 (鷄林類事)

六曰逸戌 (鷄林類事)

 

다섯여섯은 형태가 같다. 문헌으로 확인되는 기록에는 말음이 으로 나타나는데, 훈민정음 이전에 말음 으로 변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구체적인 다른 사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다섷’, ‘*여섷다섯’, ‘여섯으로 변하는 과정은 문헌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훈민정음으로 기록되기 이전 시기에 이미 음운의 변화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다섯과 여섯은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활용어미와 결합되어 쓰이는 경우가 적고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가 적어서, ‘*다섷’, ‘*여섷의 종성이 활용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종성이 닫힌 상태로만 쓰이다가 다섯’, ‘여섯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곱 <기본형> ‘닐굽

솘바ᅌᅩᆯ 닐굽과 (龍飛御天歌 39)

극원이 나히 닐굽 설에 (東國新續三綱行實圖孝 5:86b)

기ᄅᆡ 닐곱 자 : 長七尺 (武藝諸譜1)

네 닐곱 냥을 바드려 ᄒᆞ면 (老乞大下:25a)

 

일곱의 고어형은 닐굽으로 확인된다. ‘닐굽닐곱으로 나타나는데, 모음조화 기능이 약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고, 후대에는 두음법칙도 적용되어 일곱으로 변하였다. ‘일곱에서는 말음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여덟’, ‘아홉과 함께 말음이 나타난다.

 

여덟 <기본형> ‘여ᄃᆞᆲ

새로 스믈여듧ᄅᆞᆯ ᄆᆡᆼᄀᆞ노니 (訓民正音註解)

나히 열여들비오 ᄃᆡ라 ᄒᆞ니 이시니 나히 여들비니 (東國新續三綱行實圖烈 6:80a)

다 닐곱 여ᄃᆞᆲ 자 깁픠라 (老乞大下:11)

ᄆᆡ ᄒᆞᆫ 필의 여ᄃᆞᆰ 냥 은식ᄒᆞ면 (老乞大下:53b)

여덟은 문헌상에 여듧’, ‘여ᄃᆞᆲ으로 나타난다. 東國新續三綱行實圖에서는 여ᄃᆞᆰ’, ‘여듧’, ‘여ᄃᆞᇣ이 나타나는데, 표기상의 실수로 보인다. 여덟은 여ᄃᆞᆲ>여듧>여덟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아홉 <기본형> ‘아홉

는 아호비라 (月印釋譜 1:32)

아홉구 : (訓蒙字會下34)

아홉은 고어형과 현재형이 같다.

 

<기본형> ‘

禽獸ᄒᆞ마 열헤 닐여들비 주그니 (重刊杜詩諺解 5:49)

扁鵲이 열히 오다 이 병을 엇디 ᄒᆞ리 (思美人曲)

나히 열 설에 그 어미 병이 극ᄒᆞ거ᄂᆞᆯ (東國新續三綱行實圖孝 8:45b)

거문이ᄂᆞ 열헤 ᄒᆞᆫ나ᄒᆞᆯ 구티 몯ᄒᆞᄂᆞ니 (痘瘡下:25a)

 

의 기본형은 고어형과 현재형이 거의 같다. 말음이 없어졌다.

 

스물 <기본형> ‘스믈

스믈 살 마치시니 (龍飛御天歌 32)

나히 스믈헤 그 아비ᄅᆞᆯ 조차 (東國新續三綱行實圖烈4:58b)

스물에서는 말음이 없어지고 둘째 음절에서 원순모음화가 일어났다.

 

서른 <기본형> ‘셜흔

나히 셜흔니 몯ᄒᆞ야셔 (杜詩諺解 8:21)

셜ᄒᆞᆫ이어든 그 댱가드리믄 그 세ᄃᆞ나타나믈 표ᄒᆞ며(女訓下28b)

 

서른셜흔셜ᄒᆞᆫ이 나타나는데, 모음조화 현상을 감안하면 셜흔을 좀 더 이른 시대의 기본형으로 볼 수 있고 셜흔셜ᄒᆞᆫ으로 변했다고 보기보다는 셜흔셜ᄒᆞᆫ으로도 쓰이다가 다음 단계의 변화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변화 과정은 셜흔>설흔>설은>서른으로 볼 수 있다.

 

마흔 <기본형> ‘마ᅀᆞᆫ

마ᅀᆞᆫ 사ᄉᆞᄆᆡ 등과 (龍飛御天歌 88)

셜흔 마ᅀᆞᆫ : 三十四十 (楞嚴經諺解 2:74)

이제 마ᄋᆞᆫ ᄒᆡ로다 (重刊杜詩諺解 2:13)

대되 마은 냥 은을 ᄡᅥᆺ더라 (老乞大下:45a)

 

마흔의 고어형은 마ᅀᆞᆫ으로 나타나고 이 약화되어 음가가 사라지면서 일흔이나 아흔과 같은 수사의 유추작용으로 마은마흔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고, ‘에서 약화된 의 음가의 영향으로 강화된 이 삽입되었다고 볼 수 도 있다. 변화 과정은 마ᅀᆞᆫ>마ᄋᆞᆫ>마은>마흔으로 볼 수 있다.

 

<기본형> ‘

由旬이니 (釋譜詳節 19:18)

거문 콩은 쉰 낫 돈에 ᄒᆞᆫ 말이오 (老乞大上:16b)

 

은 고어형과 현대형이 같다. ‘다섯’, ‘다ᄉᆞᆺ등과 형태상에서 차이가 보이는데, ‘다ᄉᆞᆺ에서 첫 음절이 생략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근거를 찾기 어렵다. ‘/마ᅀᆞᆫ의 관계처럼 서로 재구하기 어려운 발전과정을 겪었거나 근원이 다른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불 수 밖에 없다.

 

예순 <기본형> ‘여쉰

여ᄉᆔᆫ ᄒᆞ나차힌 衆生ᄋᆞᆯ 다 ᄒᆞᆫ가지로 (月印釋譜 2:58)

나이 여슌이 나ᄆᆞ되 게얼리 아니ᄒᆞ더라 (東國新續三綱行實圖烈7:68b)

 

예순여쉰여슌으로 나타나는데, [ʃ][]으로 바뀌고 [ʃ]의 영향으로 모음의 역행동화가 나타나고 이어서 뒷모음의 원순모음화도 나타났다. 변화 과정은 여ᄉᆔᆫ/여슌>여슨>예슨>예순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일흔 <기본형> ‘닐흔

닐흔 살 쏘사 (龍飛御天歌 40)

아비 승평이 나히 닐ᄒᆞᆫ이 너머 (東國新續三綱行實圖孝3:78b)

 

일흔닐흔닐ᄒᆞᆫ이 나타나는데, ‘닐흔을 고어의 기본형으로 볼 수 있고 모음조화가 적용이 느슨해지면서 닐ᄒᆞᆫ도 함께 쓰였으리라 보인다. ‘닐곱일곱으로 변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두음 이 탈락하여 일흔이 되었다.

여든 <기본형> ‘여든

여든 ᄯᅡ해 즉자히 다 ᄭᆞᆯ오 (釋譜詳節 6:25)

나이 여ᄃᆞ니 남도록 (東國新續三綱行實圖孝3:32b)

여든의 고어형에서 여ᄃᆞᆫ이 보이긴 하지만 기본형은 여든으로 볼 수 있고 현대형과 같다.

 

아흔 <기본형> ‘아ᄒᆞᆫ

아ᄒᆞᆫ 한 이로소니 (釋譜詳節 6:37)

아흔이언 늘근 어미ᄅᆞᆯ 업고 (東國新續三綱行實圖孝5:80b)

 

아흔의 고어형은 아ᄒᆞᆫ으로 나타난다. ‘아흔은 모음조화가 약화되면서 아ᄒᆞᆫ과 함께 쓰이다가 현대어에서는 다른 수사들과의 유추작용으로 아한이 아닌 아흔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15세기 이후의 자료를 통해 살펴본 고유어 양수사의 기본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3) . ᄒᆞ나, , , , 다ᄉᆞᆺ, 여슷, 닐굽, 여듧, 아홉,

. , 스믈, 셜흔, 마ᅀᆞᆫ, , 여ᄉᆔᆫ, 닐흔, 여든, 아ᄒᆞᆫ,

. , 즈믄

2.3. 계림유사의 수사

계림유사(1103/1104)에는 다음과 같은 고려시대의 수사에 대한 기록도 나타난다. 표기는 송대의 개봉음(開封音)으로 읽어야 하지만 고려시대의 수사와 조선 초기의 수사가 대체로 일치함을 보여준다.

 

(4) . 河屯(1), 途孛(2), (3), (4), 打戌(5), 逸戌(6), 一急(7), 逸荅(8), 鴉好(9), (10)

. 戌沒(20), 實漢(30), 麻忍(40), (50), 逸舜(60), 一短(70), 逸頓(80), 鴉順(90), (100)

 

하나의 구조가 중세초기의 구조와 다른 것이 눈에 띄고 *드블/두울로 재구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준다. 셋과 넷, 그리고 다섯과 여섯의 구조가 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일곱, 여덟, 아홉에서는 말음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특히 아홉에서 말음이 나타나지 않지만 단독으로 쓰일 때는 충분히 생략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특별한 것은 아닐 듯하다. 계림유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15세기보다 이른 시기의 고유어 양수사의 기본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5) . ᄒᆞ듢, 드욿, , , 다ᄉᆞᇂ, 여섷, 닐급, 여듧, 아ᄒᆞᆸ,

. 스믈, 설흔, 마ᅀᆞᆫ, , 여쉰, 닐든, 여든, 아슨,

 

2.4. 현대어 날수

(6) .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 열하루, 열이틀, , 스므날

날수를 나타내는 말은 수사는 아니지만 수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수사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함께 다룬다. 날수와 관련된 말은 형태에 따라 둘로 분류할 수 있다.

 

2.4.1. ‘ᄋᆞᆯ/을 어미로 갖는 날수 명사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열흘 등은 일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또는 접미사화 된 명사 ᄋᆞᆯ/과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하루의 15세기 형태는 ᄒᆞᄅᆞ’(釋譜詳節 3:38)로 나타난다. ᄒᆞᄅᆞᄒᆞ로를 거쳐 하루로 변하는 것은 쉽게 고증할 수 있다. 다만 ᄒᆞᄂᆞ와의 파생관계를 살피는 것은 쉽지 않다. ‘ᄒᆞᄅᆞ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 앞에서는 ᄒᆞᆯ리, ᄒᆞᆯᄅᆞᆯ, ᄒᆞᆯᄅᆡ등과 같이 ᄒᆞᆯ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15세기 이전의 어느 시기에는 단일형 *ᄒᆞᄅᆞᆯ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이기문 1985) 변화 과정은 *ᄒᆞᄅᆞᆯ>ᄒᆞᄅᆞ>ᄒᆞ로>하로>하루로 재구할 수 있다.

이틀과 관련 없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는데,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듬해’, ‘이듭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단어들의 기저형 /다음’, ‘이어서의 뜻을 지닌 단어에서 파생된 것인지 과 유의 경쟁 관계에 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려해 봐야할 것이다.

사흘나흘이 날수를 뜻하는 어미 ᄋᆞᆯ과 결합하여 사ᄒᆞᆯ’, ‘나ᄒᆞᆯ로 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이 매우 이른 시기부터 공통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이른 시기의 기본형태는 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열흘로 되는 과정도 같은 방법으로 설명이 된다.

닷새에 대해서는 15세기 문헌에 닷쇄’(救急簡易方 1:103)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로 분석할 수 있고 다ᄉᆞᆺ(+ᄋᆞᆺ)’에서 확인되는 과 같다.(조항범 2009:424) ‘는 날을 뜻하는 단어로 가 탈락하여 가 되어 닷새엿새가 되는 것이다.

 

2.4.2. ‘를 어미로 갖는 날수 명사

이레의 옛 형태로 닐웨를 찾아 볼 수 있다. ‘닐급+에서 ‘w’로 약화되어 닑웨로 변하였다가 이 탈락하여 닐웨가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닐급에>*닑웨>*닐궤>닐웨>닐에>니레>이레로 변화 과정을 추정할 수 있다.

여드레와 아흐레 역시 이레와 유사한 변화 과정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변화 과정은 *여듧에>*여들웨>여들에>여드레가 되면 아ᄒᆞᆸ에서 아흐레로 변화하는 마지막 과정에서 유추에 의해 ; 삽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2.5. 관형형과 축약형

 

(7) . , , /()/, //, 다섯//, 여섯//

. , , /(), /, //, //, /

관형형(7)으로 쓰이거나 합성수를 이루는 축약형(7)이 쓰일 때는 최소 기저형태만 남기고 축소된 형태로 쓰인다. 이를 통해 더 이상 생략할 수 없는 최소 형태(8)와 말음이 부가된 최소 형태(8)를 추정할 수 있다.

 

(8) . , , , , , , , , ,

. , , , , , , , , ,

 

이 최소 형태는 문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고어를 재구할 때와 주변 언어와 비교를 할 때 이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수사마다 말음 자음 또는 자음군을 갖지만 이 자음들은 생략될 수 있다. 계림유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에서 자음 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고 이 는 이른 시기에 사라졌을 것이다. 이 어말 자음은 종성으로 발음되고 다음 음절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가 올 때 연음이 되며, 단독으로 쓰이거나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는 말음은 생략이 되고 말음이나 말음은 종성으로 발음이 된다.

 

3. 마치는 말

한국어 고유어의 수사는 쓰임이 분명하고 의미와 형태의 변화가 적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수사의 형태 변화에 대한 연구도 적은 편이다. 반면에 수사는 변화가 적고 형태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언어 비교를 위한 기초 어휘에 속한다. 그러나 한국어의 고유어 수사와 주변의 알타이어 계통 언어들의 수사와 유사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더 연구해야할 과제이다. 수사의 내부 구조에 대한 연구도 좀 더 정교하게 논의해야할 것이고, 한국어의 수사가 어느 시기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해 왔는지, 어느 언어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개별적인 교체가 있었는지도 연구해 볼 과제이다.

 

 

참고자료

김광해(1998)와 조항범(2009)에서 재인용.

 

참고문헌

홍기문(1934), 수사의 제 형태 연구(1-9), 조선일보(1934.4.8.-1934.4.18.).

김광해(1998), 국어 수사의 발달, 국어 어휘의 기반과 역사, 태학사.

조항범(2009), 국어 어원론개정판, 충북대학교 출판부.

고영근(2010), 표준 중세국어문법론(3), 집문당.

배영환(2011), ’-말음 어간의 재구조화, 지식산업사.


/이/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