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계통에 대하여

2016.11.29 02:24

이성실 조회 수:10560

한국어의 계통에 대하여 이성실

 

1. 인간과 언어, 그리고 언어의 계통

 

계통론과 발생론을 연구하는 언어학자들은 현대과학의 연구 성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현대과학의 성과는 고고학적 발견 대상물에 대한 연대 분석, 과거 유물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통해 역사 시대 이전의 인류들이 살아왔던 양식과 특성을 파악해 나간다. 또한 미이라 또는 유골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여 현대인과 과거에 살았던 인류와의 관계를 추적해 나간다.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과학계의 분석 결과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젠 모든 인류가 아프리카의 한 어머니에게 유래했으며 과거 5만년 동안 지구의 모든 곳에 정착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류의 이동과 정착에 대한 증거는 과거의 유물 뿐 아니라 인간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분석함으로 인류의 이동 경로와 이동 시간을 추적해 나간다. 인류의 이동이란 바로 언어의 이동이고 정착과 유리, 환경의 변화는 바로 언어의 변화, 언어의 분리, 사멸, 흡수의 방증이 되는 것이며 이러한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밝혀지는 복합적인 학문적 성과는 인류의 언어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언어를 살피는데 가장 직접적인 자료는 문자로 기록된 언어이다. 음성 언어는 100년이나 짧은 기간 안에도 심하게 변할 수 있고 아무리 변화가 느슨해도 500년이면 언어는 매우 심하게 달라지며 천년 가량이 지나면 언어는 완전히 변해 버리고 만다. 한 언어가 분리되어 잦은 접촉을 하지 못하고 천년이 지나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서로 다른 언어로 바뀌고 마는 것이다. 5000년이 지나면 정교한 연구가 있지 않으면 발생학적 증거를 찾기 어렵고 만년이 지나면 아무런 발생학적 증거조차 찾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 바뀐다.


2. 인류의 발생과 이동, 언어의 발생과 확산

 

현생 인류의 조상은 10만전에 나타나 5만전에 아프리카를 떠나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5만년 전은 바로 언어의 발생과 더불어 지적 능력 향상이라는 돌연변이가 일어났던 때로 자연과학자들은 DNA 속에 기록된 진화의 시간을 역추적하여 인류의 기원과 이동 경로를 밝혀내고 있다.

인류의 기원을 추적해 가는 데는 DNA 속에 기록된 변이형태의 증거를 찾아 나선다. 남녀가 교배를 하면 어머니의 염색체와 아버지의 염색체가 결합되어 두 염색체의 특성을 나눈 아이가 태어난다. 염색체 중에는 아버지를 통해 아들에게 전달되는 Y염색체가 있고 어머니에게서 딸에게 이어지는 mtDNA가 있다. 이 염색체들은 다른 염색체들과는 달리 남녀가 교배를 해도 서로 섞이지 않고 후대에 전해진다. 그러나 전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이현상도 함께 기록되며 한 번 새겨진 돌연변이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후대에 전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DNA 속에 기록된 변이 형태를 연구하여 진화의 시간을 추적하고 조상으로부터 분기한 시점도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언어의 발생은 인류의 기나긴 역사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짧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5만년 전에 출현하였는데,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언어의 역사가 호모사피엔스

역사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35천년 전까지 유럽과 중동에 거주하던 네안데르탈인은 언어를 사용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모 사피엔스은 갑자기 부여받은 언어사용과 지적능력으로 아프리카를 떠나서 전 세계 곳곳으로 이주해 나간 것으로 지금 살고 있는 인류는 모두 한 어머니에게서 유래하고 한 언어에서 분화되었다는 것이 이제는 공고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언어의 발생과 지적 능력의 발달로 문화와 생산 활동에 획기적인 변화를 맞은 인류의 조상은 고향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3. 구석기 시대와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

 

구석기 시대와 플라이스토세를 나누는 기준과 관점은 다르지만 플라이스토세의 마지막 시기는 구석기 시대에 해당한다. 지구의 역사를 여러 시기로 나눌 때, 마지막 빙하기 시대인 플라이스토세는 200만년 전에 시작되었다. 이 시기의 기나긴 빙하기 동안 지구의 물은 극지방의 갇혀 지구의 해수면이 지금보다 80미터에서 120미터 가량 낮았다. 이에 따라 지금의 연안은 뭍으로 드러난 인류의 활동 무대였다. 황해는 뭍으로 드러났고 남쪽으로는 타이완 섬까지 뭍으로 드러났으며 동해는 일본의 열도와 한반도에 갇힌 거대한 내륙 호수였다. 따라서 빙하기가 끝나는 13처년 전의 홀로세가 시작되어 해수면이 높아지고 오늘날과 같은 지형을 이루기 전에는 한반도와 일본은 같은 구석기 문화에 속했던 것이다.

한반도와 일본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남쪽에서 올라온 사람들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한반도와 일본의 언어는 분리가 되면서 수천 년을 교류하지 못하다가 역사 시대에 들어서 다시 문화적 접촉을 시작했지만, 이러한 문화적 접촉이 언어의 변화에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고 언어에 차용의 흔적만을 남겼을 것이다.

한반도의 구석기 시대에는 알타이어의 조상이 되는 언어와 타이완 쪽에서 올라온 오스트로네시아의 조상이 되는 언어들 그리고 시노-티벳어 계통의 언어들이 섞여 있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같은 조상 언어에서 출발하여 갈라졌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와 일본어는 홀로세 이전에 갈라져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일본의 열도에는 시베리아 쪽에서 내려온 아이누어를 사용하는 하는 사람들이 넓게 퍼져 있었지만 북동쪽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 열도 쪽으로 들어간 일본어를 쓰는 사람들이 아이누어를 북쪽으로 몰아내고 열도를 장악했다. 일본의 남쪽 섬에는 남쪽에서 올라온 소수의 사람들이 고립되어 살고 있었다. 한반도에도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북동쪽에서 이주해온 알타이어 계통의 언어들이 장악해 나가면서 다른 계통의 언어들은 사멸해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인류가 전 세계로 흩어지면서 작은 그룹을 형성하면 수 만년을 지내면서 언어는 수도 없이 많은 작은 그룹으로 분화하였을 것이다. 언어는 100년만 지나도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의 음운 변화를 겪어서 서로 알아듣기가 힘들다. 보통 500년에서 1000년 정도가 지나면 같은 언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고 추정된다. 이런 경우는 문서 기록을 통해 연구가 잘된 인도-유럽어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언어에 따라 변화의 속도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4. 한국의 계통에 대한 학설들

 

한국어와 알타이어의 여러 언어들과의 관계는 오늘날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한국학자들은 한국어를 알타이어와 친근 관계 또는 친연 관계를 밝히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의 학자들이나 미국과 유럽의 언어학자들은 대체로 한국어는 알타이어에 넣을 수 없는 고립어로 간주하고 있다. 터키나 몽골 그리고 중국의 학자들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알타이에 속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은 인도-유럽어족, 우랄어족, 드라비다어족 등 명확히 밝혀진 어족의 구명 기준에 따라 발생학적 증거를 우선하고 어족의 나이를 6000천년에서 1만년으로 본다면 이 한국어와 일본어는 이 기준에 따른 알타이 여러 언어들과 비교할 수 있는 발생학적 증거를 찾을 수 없는데, 이 언어들이 분리된 지 1만년 이상이 지났다고 볼 수 있고, 일본학자들은 유럽과 미국의 학자들의 시각에 따라 알타이어에 접근하고 있다.

 

언어들 간의 친근 관계를 따지려면 무엇보다도 발생학적 증거가 필요하다. 신체어, 수사, 대명사 등을 비롯한 기초어휘에서 비교할 수 있는 어휘들이 있어야하고 음운대응, 형태소, 문법구조 등에서 유사한 것이 나타나야한다. 그러나 한국어와 다른 언어 사이에 이런 비교할 만한 요소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초어휘라고 보기 어려운 몇몇 단어들 사이에 유사한 것이 있다고 제시되지만 우연의 일치에 따라 확률 이상을 넘어서는 경우는 없다. 그 동안 한국어와 친근 관계에 주장은 매우 많았는데, 드라비다어와 친근 관계, 일본어와 친근 관계, 길약어(니브흐어), 아이누어, 라후어 등과의 친근 관계를 비롯하여 산스크리트어 히브리어, 마야어, 영어 등 언어학적 상식을 갖추지 못한 주장들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

 

5. 한국어의 형성에 대하여

 

한국어의 형성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이기문 교수의 신라어 근간설이 있지만, 북한의 학자들이나 국내의 많은 학자들에서 부정된다. 북한의 학자들은 고구려어가 한국의 근간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이기문 교수의 주장에 반대하는 남한의 학자들은 중부지방(서울·경기)의 언어가 중심이 되는 고려어 중심설을 내세운다. 신라가 비록 삼국을 통일 했지만, 경주지방의 신라어가 한반도의 중심어가 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강 유역은 삼국 분할 시대에도 매우 중요한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여서 늘 군사적 충돌이 있었던 곳이다. 중부의 방언이 한반도의 중심언어였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삼국시대 이전의 한반도의 언어 상황은 고구려가 말갈어와 고구려어를 사용했고 고구려어를 사용하는 지배계층이 백제를 세웠다. 백제는 지배계층의 언어와 피지배계층의 언어로 양분되어 있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신라어는 경주를 중심으로 하는 신라어와 복속된 가야의 여러 언어들로 분리되어 있었으리라 가정할 수 있다.

고구려어와 말갈의 언어는 동화되지 못하고 다시 갈라졌지만 백제의 언어는 지배계층의 언어로 통합되었다.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에 언어에 대한 갈등이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것을 봐서 그렇게 추정할 수 있다. 가야의 언어들은 신라어와 차이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신라어에 동화되었거나 소멸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삼국의 언어 상황은 자국 내의 통일과 더불어 잦은 전쟁과 영토변경 그리고 지방과 중앙의 교류, 특히 한강 유역의 문화가 언어 균형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여겨진다.

남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에서 여전히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는 코이샨(부시맨)의 언어들은 매우 유사한 언어적 특징들이 있지만 놀랍게도 하나의 계통 언어로 볼 수 없을 만큼 분화된 차이가 크다. 매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으면서도 오랫동안 서로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종족들이 그 곳에 정착하여 살아오는 동안 언어는 변하여 서로 발생학적 증거를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면, 이들 언어들은 35년 이상의 분리된 시간을 사이에 두고 있다. 반면에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13천년 전부터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으며 교류를 해왔기 때문에 언어적 차이가 크지 않아서 이웃하는 부족의 언어와는 의사가 통하여 이런 관계가 모든 지역으로 연결된다. 반면에 마지막 빙하기 이후로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형적인 격리로 교류가 없었던 다른 지역의 부족들은 언어가 갈라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6. 한국어와 계통적인 친근 관계

 

현재 한국 주변의 동북 아시아에는 크게 시노-티벳어계와 알타이어계 그리고 팔레오시베리아어계가 분포해 있다.

 

6.1 중국어와 한국어

중국어는 시노-티벳어족의 여러 언어들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로 중국의 표준어인 베이징어를 비롯하여 둥베이어, 민둥어, 푸톈어, 민베이어, 민난어, 긴어, 하카어, 샹어, 광둥어, 핑어, 후이어 등 기준 따라 15가지에서 20여 가지의 언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접사와 격표지가 붙지 않는 고립어이고 성조언어이다.

한국어나 알타이어와는 매우 다른 문법 형태를 지니는데, 알타이어는 접사와 격표지가 매우 다양하게 붙는다. 알타이어는 성조를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개별언어에 따라 모음의 장단을 구별하거나 높낮이를 구별하기도 하지만 성조 언어의 특징을 갖지는 않는다.

알타이어와는 공통점이 매우 적지만, 한국어를 비롯한 알타이어들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아서 매우 많은 중국 차용어를 쓰고 있고, 많은 알타이어들이 중국어에 흡수되어 가고 있다.

 

6.2. 일본어와 한국어

일본어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많이 알려진 언어이기 때문에 한국어와 가장 가까운 언어라고 불린다. 일본어와 한국어 대표적인 공통점은 다른 알타이어에서 볼 수 없는 주격 표지가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홀로세 이후에 완전히 갈라졌기 때문에 오래 분리 기간 이후 각자 다른 방향으로 음운과 문법 변화를 겪어서 현재는 발생학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일부 단어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언어 차용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

 

6.3 한국어와 만주어

만주어는 한국어와 가장 문법적, 형태적 관계가 가까운 언어이지만 그 동안 소수의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기 때문에 친근 관계에 대한 연구가 덜 알려졌다. 게다가 문화적인 편견이 작용하기도 한다.

만주인은 여진인의 후손으로써 아시아 동북 지역에서 한민족과 교류가 많았고 고구려와 발해에서는 함께 나라를 이루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분명하다. 그러나 고구려 건립 이전에 서로 분리된 언어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흡수되는 관계로 맺었으리라 여겨진다. 고구려와 발해 시대에 북쪽에 남겨진 한민족들은 여진어에 흡수되었을 것이고 조선초 육진 지역에 거주하던 여진인들은 조선에 흡수되어서 육진 방언에 흔적만 남기고 있다.

만주어는 오늘날 소멸해 가고 있는데, 만주-퉁구스어에 해당하는 어웡키어나 나나니어, 시버어 등 수 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언어가 멸절의 위기에 처해 있다.

 

6.4. 한반도 주변의 언어들

 

아이누어는 일본의 북쪽과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 등지에 소수가 흩어져 살고 있다. 한 때는 일본의 조몬시대의(14천년전-13백년전)의 주인공들도 알려져 있지만 이후에 현재의 일본인들에게 흡수되어 일본 북쪽의 홋가이도에만 몇 만명이 살아가도 있다. 아이누어와 한국어의 친근 관계를 주장하는 학자도 있지만, 아이누어는 어순이 한국어와 같고 주격표지가 쓰이기도 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알타이어와는 계통적으로 다르고 인종적으로나 언어의 유형적으로 팔레오시베리아어에 포함시킬 수 있다.

길약어(니브흐어)와 한국어의 동계설은 김방한과 강길운으로 대표되어 오랫동안 주장이 되풀이되어 왔다. 니브흐어는 팔레오베리아의 여러 언어 중 한가지로써 한국어와는 계통이 달라서 어순이 유사하고 격표지와 접사가 쓰이지만 알타어어와 달리 비교적 쓰임이 단순하고 발생학적 증거로 들 만한 예들은 전혀 없고 공통 어휘로 드는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

 

7. 한국어와 알타이어와의 관계 재정립

 

한국어가 알타이어 속한다는 전제로 연구를 진행하는 국내의 알타어어학자들은 그들의 노력과 성과와는 관계없이 해외의 언어학자들과 일본의 언어학자 그리고 국내의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알타이어학자들은 모음조화에 대한 정교한 연구, 부동사의 용법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 교착어로써 다른 유형의 언어들과 구별되는 점, 구문의 형식, 형태론적 특징 등을 통해 알타이어와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지만, 그런 전문적인 성과는 일본어를 제외한 퉁구스어나 몽골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어족의 개념은 인도-유럽어나, 우랄어, 드라비다어 등 모어에서 분리된 지 6천년에서 1만년 안팎의 언어들에 제한된다. 따라서 분화된 지 만 년 이상이 된 언어들은 일본어나 한국어와 퉁구스어, 몽골어처럼 유사성은 명확해도 발생학적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 발생학적 증거는 문법적 유사성보다 더 중시여기는 것인데, 대명사, 수사, 신체어, 친족어 등에서 유사성과 음운 대응을 찾고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려운 특정한 문법적 요소를 비교한다. 그러나 알타이어와 한국어 일본어 사이에는 문법적 요소를 제외한 발생학적 증거가 남아 있지 않고 특정한 문법적 요소는 그 분야의 전문 학자가 아니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칼리하리 사막 주변에서 5만년에서 35천년 이상을 직접적인 접촉 없이 분리된 생활을 해온 코이샨어 여러 언어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또한 35천년 전부터 15천년 전까지 네 차례에 거쳐 아메리카에 들어갔던 남북의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오랜 고립 생활로 언어가 다양하게 분리되어 있다. 이들의 언어는 인도-유럽어에 적용된 어족의 기준에 따른다면 네 가지 계통에서 분화된 수십 개의 어족으로 나뉘어야 되는 것이다.

반면에 홀로세 이후에 여러 섬들로 분리된 오스트로네시아어들은 발생학적 증거가 명확하다. 험준한 지형 때문에 고립된 언어들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오스트레일리아 섬의 언어들은 이웃언어들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어서 섬 전체의 언어가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다.

 

한국어와 다른 알타이어와의 관계는 다룰 때, 어족의 역사를 어느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할지, 그리고 어족을 나누는 기준을 인도-유럽어에 적용시키는 고전적인 기준을 고집할지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라카어의 많은 언어들과 아메리카의 언어들, 팔레오시베리아의 여러 언어들에서처럼 각각의 언어가 형태적, 문법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개별 어족으로 나누어야하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특히 알타이어의 경우에는 일본의 탈아시아 지향성, 만주어와 몽골어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도 감안해야 되는, 학문 외적인 문제들이 앞에 놓여 있다.

 

 

8. 한국의 계통에 대한 연구 방향

그 동안의 비교언어학적인 방법은 한국어의 계통에 대한 가장 중요한 연구였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분자생물학과 DNA진화론, 기상학, 고고학적 연구, 역사학적 연구, 사회과학적인 방법 등 다양한 학문의 연구 결과 수용과 다양한 학문 분야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주변 민족들과의 유전자 분석, 기후 변화와 사회 변화에 따른 이동과 분화의 연구는 곧바로 언어의 변화 즉 언어의 분호와 흡수를 나타내는 매우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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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생략. 나중에 형편피면 삽입 예정. 궁금한 사람은 따로 연락 바람.


/이/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