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소년과 늑대

  옛날에 머리카락이 빨간 꼬마가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아이를 집에서나 동네에서나 학교에서도 '빨간 머리 소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동네에는 이 아이 외에는 머리카락이 빨간 사람이 없었고, 또 사람들이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아무 까닭도 없이 싫어하고 따돌렸기 때문에, 빨간 머리 소년은 사는 것이 괴롭고 쓸쓸하기만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학교에서 학교 공부를 못한다고 욕만 하고 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남들 눈에 잘 띄는 것을 감춰주고 자신의 빨간 머리에 마음 쓰지 않도록 하려고 여동생에게 빨간 모자를 만들어 씌우고 '빨간 모자 소녀'라고 불렀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빨간 머리 소년은 숲으로 가서 동물들과 노는 꿈을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빨간 머리 소년은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학교에 지작하는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가다 말고 소년은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덩굴 속을 헤치며 더 이상 갈 수 없는 데까지 왔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늑대가 나타나서는 소년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서 함께 산딸기를 따주면 나중에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바구니 두 개는 넝쿨로 같이 묶어서 내 등 위에 걸고, 너는 바구니 한 개만 들고 가면 돼. 그러면 훨씬 빨리 집에 갈 수 있을 거야."
   빨간 머리 소년은 기쁨에 차서 늑대와 함께 집으로 갔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소년은 자기를 놀리던 학교도, 동네도, 친구들의 대한 것들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산딸기를 많이 따 가지고 왔으니 자기를 얼마나 반갑게 맞아 줄까 하고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 늑대도 사람들이 자기를 칭찬하고 고마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빨간 머리 소년의 아버지는 아이가 학교에 안 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늑대와 나란히 한가하게 걸어오는 것을 보자 아버지는 분통이 끓어올랐습니다. 아버지가 커다란 막대기로 늑대의 주둥이를 내리치자, 늑대는 캥캥거리며 도망가 버렸습니다. 빨간 머리 소년은 벌로 매를 맞고 방 안에 갇혔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할머니께 떡 갖다 드리는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성/실/ (20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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