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에게(An die Nachgeborenen)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1898-1956)

I

참으로, 나는 어두운 시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 없는 말이란 어리석다. 매끈한 이마는
무감각함을 드러낸다. 웃는 이는
무서운 소식을
미처 듣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시대인가,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범죄가 되는 시대는,
침묵은 그렇게 많은 불의를 담고 있기에.
저기 느긋이 길을 가는 이는
곤경에 빠진 친구들에게
이르지 못 하겠지?

사실, 나는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믿어다오, 그것은 우연일 뿐.
내가 하는 일로 배불리 먹을 아무런 자격이 없다.
우연히도 나는 살아남은 것이다. (내 운이 다하면 버림받을 것이다.)

내게 말하기를, 먹고 마셔라! 그리함을 기뻐하라!
그러나 내가 먹고 마시는 것이 굶주린 자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것이 목마른 자에게는 없는 것이라면
어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도 지혜로워 지고 싶다.
옛 책에는 지혜로움이 무엇인지 쓰여 있다.
세상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그 짧은 시간을
두려움 없이 보내며
또한 폭력 없이 지내고
악을 선으로 갚고
원하는 것을 다 채우지 않고 잊는 것이
지혜에 합당하다고.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나는 어두운 시대에 살고 있구나!

II

굶주림이 휩쓸던 혼돈의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다.
혼란의 시대에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그들과 함께 분개하였다.
지상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전투 중에 밥을 먹고
학살자 사이에 누워 자고
되는 대로 사랑에 마음을 기울이고
자연을 참을성 없이 보았다.
지상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길들이 우리 시대엔 습지로 나 있었다.
내 언어는 도살자들에게 나를 드러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내가 없어야 더욱 편했고 나도 그걸 바랬다.
지상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힘은 빈약하였다. 목표는
아득히 먼 곳에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보였지만, 나로서는
닿을 수 없었다.
지상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III

너희는, 우리가 잠겨버린 밀물 속에서
떠오르게 될 너희는 생각하라
우리의 약함을 이야기할 때
너희가 지나지 않은
이 어두운 세상을.
그러나 우리는 걸어왔다. 신발보다 자주 나라를 바꾸면서
계급의 전쟁을 뚫고, 불의만 있고 
분개가 없을 때는 절망하면서.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천박한 것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려 했지만
우리 자신이 우애 있지 못하였다.

그러나 너희는, 사람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날이 이르면,
우리를 생각하라,
관대한 마음으로.
(1938년 작품)

  80년대에 대학을 다닐 때 브레히트를 알게 되었다. 그 때엔 브레히트의 시에 빠져서, 브레히트 시를 번역하여 변역 시집이라도 내 보자 했는데, 게으른 삶에 젖어 브레히트를 마음에 담아 두기도 어려웠다. 
  옛 짐 속에서 버려지지 않은 브레히트의 번역 시가 하나 나와서 다시 읽는다. 시에 대한 열정과 언어에 대한 감이 그 때만 하지 못함이 늘 아쉽다. 그러나 그때의 열정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아래에 브레히트의 독일어 시를 붙이고 그 밑에 브레히트가 육성으로 낭송한 것을 유튜부에서 링크.


An die Nachgeborenen
- Bertolt Friedlich Eugen Brecht(1898-1956)

Wirklich, ich lebe in finstern Zeiten!
Das arglose Wort ist töricht. Eine glatte Stirn
Deutet auf Unempfindlichkeit hin. Der Lachende
Hat die furchtbare Nachricht
Nur noch nicht empfangen.

Was sind das für Zeiten, wo
Ein Gespräch über Bäume fast ein Verbrechen ist
Weil es ein Schweigen über so viele Untaten einschliesst!
Der dort ruhig über die Strasse geht
Ist wohl nicht mehr erreichbar für seine Freunde
Die in Not sind?

Es ist wahr : ich verdiene noch meinen Unterhalt
Aber glaubt mir : das ist nur ein Zufall. Nichts
Von dem, was ich tue, berechtigt mich dazu, mich sattzuessen.
Zufällig bin ich verschont.(Wenn mein Glück aussetzt, bin ich verloren.)

Man sagt mir : Iss und trink du! Sei froh, dass du hast!
Aber wie kann ich essen und trinken, wenn
Ich dem Hungernden entreisse, was ich esse, und
Mein Glas Wasser einem Verdurstenden fehlt?
Und doch esse und trinke ich.

Ich wäre gerne auch weise.
In den alten Büchern steht, was weise ist:
Sich aus dem Streit der Welt halten und die kurze Zeit
Ohne Furcht verbringen
Auch ohne Gewalt auskommen
Böses mit Gutem vergelten
Seine Wünsche nicht erfüllen, sondern vergessen
Gilt für weise.
Alles das kann ich nicht:
Wirklich, ich lebe in finsteren Zeiten!

II

In die städte kam ich zur Zeit der Unordnung
Als da Hunger herrschte.
Unter die Menschen kam ich zu der Zeit des Aufruhrs
Und ich empörte mich mit ihnen.
So verging meine Zeit
Die auf Erden mir gegeben war.

Mein Essen ass ich zwischen den Schlachten
Schlafen legte ich mich unter dir Mörder
Der Liebe pflegte ich achtlos
Und die Natur sah ich ohne Geduld.
So verging meine Zeit
Die auf Erden mir gegeben war.

Die Strassen führen in den Sumpf zu meiner Zeit.
Die Sprache verriet mich dem Schlächter.
Ich vermochte nur wenig. Aber die Herrschenden
Sassen ohne mich sicherer, das Hoffe ich.
So verging meine Zeit
Die auf Erden mir gegeben war.

Die Kräft waren gering. Das Ziel
Lag in grosser Ferne
Es war deutlich sichtbar, wenn auch für mich
Kaum zu erreichen.
So verging meine Zeit
Die auf Erden mir gegeben war.

III

Ihr, die ihr auf tauchen werdet aus der Flut
In der wir untergegangen sind Gedenkt
Wenn ihr von unseren Schwächen sprecht
Auch der finsteren Zeit
Der ihr entronnen seid.
Gingen wir doch, öfter als die Schuhe die Länder wechselnd
Durch die Kriege der Klassen, verzweifelt
Wenn da nur Unrecht war und keine Empörung.

Dabei wissen wir doch:
Auch der Hass gegen die Niedrigkeit
Verzerrt die Züge,
Auch der Zorn über das Unrecht
Macht die Stimme heiser. Ach, wir
Die wir den Boden bereiten wollten für Freundlichkeit
Konnten selber nicht freundlich sein.

Ihr aber, wenn es so weit sein wird
Dass der Mensch dem Menschen ein Helfer ist
Gedenkt unsrer
Mit Nachsi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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