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소외, 분열과 해체

2015.05.31 01:29

나모리코더 조회 수:4365

음악과 음악가들과 청중들과 사회적 관계 

 

음악가와 소외

  우리가 듣는 음악이란 여러 가지 음악적 재료로 이루어졌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음악의 형식이지만 음악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을 비롯하여 음악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뿐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주변의 여건들이 이에 포함된다. 넓게 보면 음악가들과 청중들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연주자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이미 오래전에 연주자와 작곡가의 역할이 나뉘었고 오늘날에 두 가지 역할을 대등하게 수행하는 음악가는 없다. 음악과 사회와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는 늘 작곡가를 이야기의 가운데에 두지만, 오늘날의 작곡가들은 이미 낡은 양식 속에 갇혀 있는 옛 작곡가들의 낡은 양식과 경쟁해야 하고, 새로운 것, 진취적인 것, 진일보한 것을 찾기 위해 무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작곡가들은 늘 연주자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고 연주자들은 작곡가들이 받아야 할 영예와 댓가를 대신 받게 된다.

 

청중과 소외

  청중의 선택은 매우 모호하다. 청중은 의도적으로 작곡가를 선택하는 듯해도 실제로는 그 선택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연주자들의 선택에 의존하거나 수동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특히 오케스트라곡을 듣기 위해서는 청중의 선택은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 단체는 청중의 기호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청중의 선택은 제약이 있고 오케스트라는 청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레퍼토리 선정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는 가운데 오케스트라 연주 단체와 청중은 서로 음악적 상황을 두고 소외에 처하게 된다.

 

음악의 상품화, 물신화

   흔히 말하기를, 음악이 상품화했다고 한다. ‘음악의 상품화란 현상은 작곡가과 청중이 소외되고 그 사이에서 연주자들 또한 소외되어 상품화된,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물화 또는 물신화된 음악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음악의 소회 현상 또는 물화된 상황에 따라 듣는 능력이 퇴행하고 음악의 기능이 변화한다.

 

자연과 역사에 대한 사회학적 정의

  이러한 일반적인 현상에 대한 관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다른 논의가 있다. 음악 재료와 작곡가(또는 예술가)를 아도르노는 자연과 역사 사이의 논쟁적 관계로 파악했다. 자연이란, 정적이고 무시간적이며 변화도 없는 것, 역사를 넘어선 어떤 것, 예로부터 존재해 왔던 것, 역사 속에 실체로 나타나며 운명적으로 구성되고 규정된 그 무엇으로 파악된다. 역사란, 늘 움직이며 시간과 함께 변하는 것, 의식과 자연이 상호작용하여 새로움이 나타나고 일어나는 것, 전통에 의해 정립되는 행동 방식, 새로움을 통해 참된 성질을 얻어내는 움직임으로 규정된다. 역사는 불연속적이면, 파편적이며, 예정된 목표에 이를 수 없는, 주체적이며 물질적인 것으로 구성된다.


소외, 분열, 해체

   각 시대마다 나타나는 음악의 형식들은 우리가 경험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음악적 방법을 통해 형식화하며 특별하게 형상화하지만, 우리의 삶을 온전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진 삶을 단편적으로 나타낼 뿐이다. 음악의 고유한 형식들은 이렇게 서로 나뉜, 심지어는 우리의 삶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들을 특별한 방법으로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음악의 형식들과 그 형식을 통해 나타나는 음악의 작품들은 통일성을 갖고 총체적인 의미도 갖지만 음악의 형식과 우리들의 실제 삶은 그 내부에서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그 조화는 곧 깨어지고, 예술 작품의 우리의 삶 속에 단순히 존재하게 되고 관습의 세계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관습화된 세계는 역사적 의미가 옅어지고 다시 자연, 즉 제2의 자연이 되어 자신의 존재의, 존재의 기원을 잃어버리고, ‘무의미한 필연성’, ‘내면적인 것을 이제 외면화하지 못함’, ‘주관적이었던 것을 객관화하지 못함의 상태가 되어 소외된 자연을 만든다.

 

자연과 역사의 부정변증법

  아도르노는 루카치와 벤야민에게서 자연과 역사를 개념을 받아들였고, 자연과 역사를 변증법적 관계로 파악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를 부정하면서도 화해를 거부하는 부정변증법을 이룬다.

   자아와 형식 사이의 분열[갈라짐, 괴리]은 형식의 해체[틀을 벗어남]를 통해 역사성이 드러난다. 작곡가는 예술의 자율성과 경험적 현실 속에서 강요된 것, 경험적 현식의 관행에 따르는 것에서 벗어나, 역사성 있는 것에서 다시 제2자연이 된, 기원을 알 수 없는 신화가 된 역사적 관습을 폭로하여 자연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해체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조성 음악의 해체

  조성 음악은 역사성 또는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의미 전달 체계이지만, 역사적이면서도 특수한 문화적 구속 또는 상황에 묶여 있는 것이다. 바로 제2의 자연이며 기원을 알 수 없는 신화가 되어 버린 역사적 관습의 산물이며 굳은 토대 위에 있는 하나의 자연인 것이다. 작곡가는 자아와 형식의 분열을 통해 역사적인 것’, ‘2의 자연으로 들어선 것을 부숴버린다. 아도르노는 이런 관점에 따라 쇤베르크를 논한다.


/이성실/ 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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