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작곡의 '북천이 맑다커늘' / 연주 : 한국소년소녀정가단(단장: 문금자)


  북천이 맑다커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이 시는 해동가요에 다음과 같은 내용과 함께 전한다.

  "임제(1549-1587)는 자를 자순, 호는 백호라 하며 금성 사람이다. 선조 때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은 예조정랑에 이르렀다. 시문을 잘 짓고 거문고를 잘 타며 노래를 잘 부른 호방한 선비였다. 이름난 기녀 한우를 보고 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 날 밤 한우와 동침하였다." 

  한우는 '찬 비'라는 뜻이다. 시에서 '찬비'는 한우를 비유한 것이고 이 시에 대한 한우의 화답시도 전한다.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 얼어 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매우 아름답게 짝을 이룬 염정시이다. 그러나 이 시는 임제가 죽은 지 200년이 지나서야 해동가요에 실렸다. 한우에 대한 기록은 해동가요에 실린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청구영언이나 해동가요에 실린 대부분의 시들은 유흥 공간에 불리던 것들이었고 여흥을 위해서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 이야기에 맞는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 대부분이다. 임제와 한우 역시 좋은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임제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끌어 들이며  한우라는 사랑의 주인공도 만들어 낸 것이다.

  여기 올린 노래는 김기수 선생이 작곡한 '고가신조'  중의 한 곡이다. 고가신조의 수 많은 노래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며 정가풍으로 부른다. 문금자 선생이 이끄는 한국소녀소녀 정가단은 매우 정갈하고 전형적인 정가풍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반복되는 두 번째 부분에서는 색다른 변화를 주고 있지만 다시 정가풍의 품격 있는 노래를 들려준다.

/이/성/실/ 201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