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연주자들과 현대음악

2017.04.19 02:09

나모리코더 조회 수:15604

  리코더를 연주하면서 늘 리코더의 기술적 한계와 레퍼토리의 확장을 생각한다. 리코더 연주자들은 중기 바로크 시대의 레퍼토리를 주로 연주하고 초기바로크 시대의 레퍼토리를 추가한다. 후기바로크 시대로 가면 리코더 레퍼토리가 적어지고 초기고전주의 시대로 가면 리코더의 레퍼토리가 거의 사라진다. 하이든과 모짜르트가 활동했던 고전주의 시대에 리코더 레퍼토리는 거의 없다. 낭만주의 시대와 현대음악이 태동하던 시대에도 리코더 레퍼토리는 없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가서야 아방가르드적인 리코더 레퍼토리가 등장한다.

  유럽의 음대에서 입학 시험을 보려면 서로 다른 시대의 세 가지 레퍼토리를 준비해야 하는데, 보통 바로크, 고전·낭만 그리고 현대의 아방가르드 작품을 선택한다. 그런데 리코더 전공에서는 고전·낭만 시대의 작품이 없기 때문에 대신에 초기바로크 레퍼토리를 추가한다.

  리코더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바로크 레퍼토리를 공부하고 시대를 건너뛰어서 현대곡을 다루는 것이다. 현대곡은 필수 과정이기 때문에 매학기 다루어야하고 싫던 좋던 졸업 때까지는 다른 현대악기들보다 현대 음악을 더 많이 다룬다. 고전·낭만시대의 작품을 다루지 않는 대신 다른 전공학생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현대 음악에 시간과 정신을 쏟는 것이다. 그 현대곡이란 것은 매우 어렵고 기괴하기까지해서 현대곡을 하긴해도 좋아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고 졸업과 동시에 현대곡과는 이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크 음악을 다루는 원전 악기, 원전 음악 전문가들이 모순되게도 현대음악에도 정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