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가 편성된 바흐의 작품들

  비발디, 텔레만, 헨델 등 많은 바로크 작곡가들이 리코더를 위한 소나타나 협주곡 등과 리코더를 위한 많은 작품들을 남겨 놓은데 비하여 바흐는 상대적으로 리코더 작품을 그리 많이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바흐가 비록 리코더를 돋보이게 하는 소나타나 협주곡을 남기지 않았지만, 칸타타와 관현악 등에서 리코더를 편성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트라베르소(바로크 플륫) 연주자가 리코더 연주를 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리코더 연주가 가능한 트라베르소 연주자가 있을 때에 리코더 성부를 써넣었으리라 생각된다.그럼 바흐의 작품 중 리코더가 편성된 작품들을 살펴보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BWV1047), 4번(BWV1049) 
  쳄발로와 2대의 리코더를 위한 협주곡 (BWV1057) 
  마태수난곡(BWV244) 
  칸타타 13, 18, 39, 46, 65, 69, 71, 81, 96, 103, 106, 119, 122, 127, 161, 175, 180, 182, 208번 
  부활절오라토리오(BWV249)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이 곡은 네 대의 독주 악기와 현악, 바소 콘티뉴오를 위한 합주 협주곡 형식이다. 네 대의 독주 악기는 바로크 트렘펫과 나머지 세 대의 경쟁 악기(바이올린, 리코더, 오보에)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크 트럼펫의 화려한 선율에 대하여 세 대의 독주 악기들이 서로 어울려서 대응하는 재미있는 형식이다. 
  첫 번째 악장에서의 화려한 대응 뒤에 두 번째 악장에서는 트럼펫을 배제한 채, 세 대의 독주 악기들이 유려하고 평온한 정담(鼎談)을 나누고 바소 콘티뉴오는 그 여백을 채운다. 그리고 다시 세 번째 악장에서는 바로크 트럼펫과 세 대의 독주 악기들이 다시 화려한 설전을 벌인다. 바하가 리코더를 위해 쓴 곡 중에서 이 곡의 연주 기교가 가장 어려운 듯하다. 바하 작품에서 뿐 아니라 리코더를 위한 연주곡 중에서 이보다 더 연주하기 어려운 곡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잘 쓰이지 않고 소리내기도 어려운 리코더의 최고음이 빠른 패시지로 끊임없이 연주되어야 한다. 게다가 운지가 까다로운 반음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연주자는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번과 쳄발로 협주곡 6번(BWV1057)>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번은 바이올린, 두 대의 리코더 그리고 현과 바소콘티뉴오를 위한 합주 협주곡이다. 두 대의 리코더가 비슷한 선율을 주고받으며 솔로 바이올린의 선율에 대응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두 대의 리코더는 바이올린의 화려한 선율에 뒤질세라 화려한 선율을 대위법적으로 또는 화성적으로 서로 주고받으며 바이올린에 화답한다. 
  바하는 나중에 이 곡을 쳄발로와 두 대의 리코더를 위한 협주곡으로 편곡하였다. 솔로 바이올린의 역할은 쳄발로에게 맡기고 조성도 G장조에서 F장조로 2도 낮추었는데, 덕분에 리코더의 운지가 조금 편해졌다. 그러나 바하가 리코더 연주자를 위해서 조성을 낮추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쳄발로의 음역을 고려하여 낮추었으리라 여겨진다. 

 <마태수난곡> 
  마태수난곡은 각각 두 그룹의 합창단과 악단이 필요한 확장된 편성의 곡이다. 바하 당시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매우 도전적인 대편성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는 리코더만을 전문으로 하는 연주자는 드물었고 대부분 트라베르소 연주자가 리코더 연주를 겸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연주자 사정상 리코더와 트라베르소가 같이 쓰일 수 없었고, 리코더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트라베르소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는데, 리코더와 트라베르소를 같이 연주하던 연주자에게는 생계라든지 하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쳄발로 연주자들이 쳄발로를 버리고 자연스럽게 포르테피아노를 선택하게된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태수난곡에서는 네 명의 트라베르소 연주자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연주하게 되는데, 이들 중 두 명이 리코더를 연주한다. 리코더는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반주를 동반하는 레시타티보와 합창(제19곡)에서 반주 악기로 한 번 쓰인다. 바소 콘티뉴오 위에서 낭창(레시타티보)을 하던 테너가 격정을 이기지 못하여 악기군을 거느리고 아리오소(O Schmerz! hier zittert das gequaelte Herz)를 합창단과 주고받는 형식으로 노래한다. 두 대의 리코더는 각각 두 대의 오보에 다 카시아와 짝을 이루어 테너의 아리오소(바소 콘티뉴오 외에 기악 반주를 동반하는 레시타티보)를 돕는다. 마태수난곡에서 리코더가 쓰인 부분은 이뿐이다. 

/이/성/실/ (199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