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를 다루다보면, 리코더의 주요 레퍼토리가 바로크 음악에 한정된 것이 좀 아쉽다. 그래서 나름대로 모짜르트나 슈베르트, 베에트벤의 작품을 리코더로 편곡하거나 조성을 바꾸고 음역도 조절해서 연습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 중에 풀랑의 플륫소나타가 있다. 풀랑(Francis Poulenc 1899-1963)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작곡가이다. 현대음악 작곡가답게 조성음악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을 쓰긴 하지만 풀랑의 작품에서는 조성감도 느껴지고 선율도 유려하고 아름답다.  미사 g단조나 모테트들을 특히 좋아하지만 기악 작품들도 듣기에도 좋고 매우 강한 인상을 준다. 그 중에서 플륫소나타는 즐겨 듣는 곡이다. 

  풀랑은 플륫 소나나타를 한 곡 남겼는데, 현대 플륫 레퍼토리 중에서 빠질 수 없는 손꼽히는 작품이고 음반이나 연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자주 듣다보니 감상에만 머물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도 연습해보고 불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리코더의 한계를 넘는 현대 작품이라 그리 도전을 쉽게 하지 못하고 악보나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보리라는 느슨한 생각은 있었다. 그런데 내 생각을 앞서 벌써 리코더로 연주하고 있는 연주자들 나타나고야 말았다. 정말 경악적이고 자극적이다. 이제 나도 서둘러 연습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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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랑의 플륫소나타는 전체 연주시간이 11분에서 12분 가량 되고 Allegro malinconico - Cantilena - Presto giocoso 세 악장으로 구성되었다. 1957년에 작곡되어 장피에르 랑팔에게 헌정되었고 아방가르드적이지 않다.

 

   풀랑의 플륫소나타로 연주하려면 바로크리코더가 아닌 개량된 현대리코더가 필요하다.

 바로크리코더는가장 낮은음이 f'이기 때문에 플랑 소타나 1악장에 빈번히 나오는 낮은 e'를 해결할 수 없다. 1악장 첫 주제는 e단조이고 낮은 e가 매우 중요한 음이기 때문에 한 옥타브를 올려서 해결할 수가 없다. e보다 더 낮은 c와 d는 그리 중요한 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음이나 그 음이 포함된 악구를 한 옥타타브 올려서 해결할 수 있다. 또 고음에서 f#'''이 자주나오고 빠르게 진해되는데 벨홀(리코더 밑구멍)을 막아가며 연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낮은 e'와 높은 f#'''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량된 현대리코더가 필요한 것이다. 


  링크한 유튜브는 일본의 젊은 리코더 연주자  ‘히데히로 나카무라’가 연주하는 풀랑의 플륫소나타를 리코더로 연주하는 영상이다. 연주자에 대한 정보는 유튜브에 나온 정도 이상을 알 수 없다. 이 나카무라가 쓰는 리코더는 리코더 연주자이면서 리코더 개발자이기도한 닉 타라소프와 리코더 제작자 요하힘 페쫄트가 개발한 것으로 독일의 유명한 리코더 회사 몰렌하우어에서 판매한다. 가격은 흑단으로 만든 것이 홈페이지의 소비자 가격이 1.659유러로 나왔는데, 수제품 바로크리코더와 값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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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코더는 더 아랫부분에 F/F#/E 키가 달려 있어서 바로크리코더보다 낮은 e'음을  낼 수 있고 고음 f#'''을 벨홀을 막지 않고 낼 수 있다. 고음 a'''도 바로크리코더로는  벨홀을 막아야하 하는데 역시 벨홀을 막지 않고 낼 수 있다. 고음의 운지는 바로크리코더와 다른 시스템을 쓴다.

 

  이 유튜브 영상의 연주는 영국의 리코더 연주자 피어스 아담스의 연주이다. 아담스는 활발히 활동하는 리코더연주자인데 이글-리코더를 연주하는 대표적인 연주자이다. 풀랑의 플륫소나타를 이글-리코더의 주요 레퍼토리로 삼고 자주 연주한다고 한다.


   이글-리코더(Eeagle Recorder)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것인데 연주가로도 활동하는 리코더 개발자 아드리아나 브레우킹크(Adriana Breukink)가 개발했다. 역시 E키를 달아 낮은음 e에서 두 옥타브 반이 넘는 음역(e’- c’’’)을 벨홀을 막는 힘든 조작 없이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리코더 값은 몰렌하우어사의 현대리코더보다 값이 비싸서 2000유러가 넘는다. 2017년부터 큉리코더사에서 'E3'이란 제작 대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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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 리코더는 확실히 매력적인 것같다. 이왕 살것이라면 조금 비싸긴 하지만 몰렌하우어사의 모던-리코더 보다는 이글-리코더를 사고 싶다. 어서 돈모아 이글리코더를 잡고 플랑을 연주해보는 꿈이 있어서 좋다. 이글리코더만 있다면 슈베르트의 아르페이지오네 소나타 베에토벤의 스프링소나타도 멋들어지게 불어제낄수 있을것 같아 힘든 연습 과정은 생각도 않고 일단 마음이 기쁜다.


이성실(나모리코더) 2017.4.